오늘 하루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공기마저도 멈춘 듯 고요했고,
그 고요 속에서 나는 한참을 침대에 누워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일어나 씻고, 커피를 내리고, 뭔가 분주하게 움직였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뭘 해도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휴대폰 알림도 뜸했고,
단톡방도 조용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냥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이어폰만 꽂은 채
음악도 없이 그냥 도시 소음에 몸을 맡겼다.
가끔 창밖에서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
엘리베이터 멈추는 소리,
옆집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같은 것들이
오늘 내 유일한 리듬이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세수도 안 한 채로 커피포트를 올리고,
전자레인지에 남은 밥을 데웠다.
반찬도 없어서 김만 꺼내어 밥을 비볐다.
뜨거운 밥 한 입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데
괜찮지 않았던 마음이 아주 조금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밥 한 끼가 감정보다 사람을 살리는 순간.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은 하루.
누구에게도 나 힘들다고 말하지 않은 하루.
그런 날은 처음엔 나름의 자존심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고립처럼 느껴진다.
누가 내 안부를 묻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가고,
나조차도 내 상태를 묻지 않게 되니까.
그런 날들이 쌓이면
이렇게 말 없는 사람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저녁 무렵,
창밖을 보니 노을이 묘하게 아름다웠다.
건물들 사이로 붉게 번지는 하늘빛이
오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내 마음을 대신 표현하는 것 같았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했던 하루,
누구도 몰랐고, 나도 설명하지 못했던 감정들.
문득,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혼자 있는 게 익숙해지면, 외로움을 느낄 틈도 사라진다.”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나는 외롭지도 않고, 편하지도 않은 이상한 상태에 있었다.
말하자면 그냥 그런 날.
아무 일도 없지만 마음은 천천히 가라앉는 날.
그래서 오늘 하루는 이렇게 남겨두기로 했다.
SNS에도 올리지 않고, 누구에게 보내지도 않고
그냥 내 기록 속에만 조용히.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겠지만
지금 이 감정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이유가 없으니까.
나 혼자만 알아도 되는 감정,
그게 오늘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방금,
이 글을 적기 시작한 순간부터 마음에 아주 작은 파동이 일었다.
말로 꺼내지 못했던 감정들이 문장 속에서 모습을 갖기 시작했고,
한 줄씩 적을 때마다
내가 왜 그렇게 무기력했는지,
왜 그렇게 외면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글은 누군가를 위한 것도,
공감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지금의 나를 지나치지 않기 위해 쓰는 기록이다.
어쩌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누군가의 위로가 아니라
이렇게 멈춰 서서 내 마음을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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